탱탱한 고무, 따뜻한 온천, 생명을 구하는 약… 황의 놀라운 변신들
유황오리, 유황온천, 황산…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황(Sulfur)은 이름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원소입니다.
곽재식 작가는 이 유튜브 방송에서 황이 고무를 단단하게 만들고, 인간의 단백질 구조를 고정하며,
사랑의 감정을 유발하는 호르몬까지 결정짓는다고 말합니다.
심지어 현대 의학에서 항생제로 사용되는 ‘설파제’도 황에서 시작되었죠.
익숙한 듯 낯선 황, 오늘 그 진짜 매력을 과학적으로 풀어봅니다.
유황? 황? 헷갈리는 이름의 정체
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황은 실제로는 ‘황’입니다.
‘유황’이란 말은 과거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하던 명칭의 흔적이며, 노란색을 띠는 이 물질의 성질을 한자로 풀어낸 표현일 뿐입니다.
현대 과학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단순히 ‘황(S)’이고, 원소 기호 S는 라틴어 ‘Sulfur’에서 왔습니다.
수천 년 전부터 사용된 원소, 황
황은 고대부터 연금술의 주요 물질로 다뤄졌습니다.
특히 중세 유럽에서는 7대 원소 중 하나로 여겨졌고, 동양에서도 약재나 제례 용도로 사용되어 왔습니다.
황은 지각에서 비교적 쉽게 발견되며, 눈에 띄는 노란색 덕분에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익숙한 물질이었습니다.
사람 몸의 단백질 구조를 ‘고정’해주는 황
사람의 몸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고, 이 단백질은 실처럼 길게 형성된 후 스스로 접히며 고유한 입체 구조를 가집니다.
그런데 이 접힌 구조를 ‘고정’시켜 주는 핵심이 바로 황입니다.
단백질 내 시스틴(cystine)이라는 아미노산에 포함된 황 원자가 ‘이황 결합’을 형성하여 단단하게 구조를 고정합니다.
이 구조가 유지되어야 단백질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.
구조 성분 역할
시스틴 내 황(S) | 단백질 접힘 구조 고정 |
이황 결합 | 입체적 기능 유지 |
옥시토신, 사랑의 감정을 만들 수 있는 이유
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도 황이 없으면 기능하지 못합니다.
옥시토신은 단백질의 일종으로, 시스틴 아미노산 사이의 황 결합 덕분에 특유의 입체 구조를 가지며
이 구조가 뇌의 수용체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사람에게 신뢰, 유대감, 사랑 등의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.
성분 기능
옥시토신 | 유대감, 애착 형성 |
황(S) 포함 | 구조 유지 및 기능 가능 |
썩은 달걀 냄새의 정체, 황화수소
유황온천에서 나는 특유의 달걀 썩은 냄새,
그 정체는 바로 황과 수소가 결합해 생긴 ‘황화수소(H₂S)’입니다.
이 가스는 단백질이 부패하며 생기는 부산물이며,
소량이면 단순히 냄새지만 고농도에선 사람을 마비시키는 치명적인 독성 가스가 됩니다.
화장실이나 하수구 정비 중 황화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도 종종 발생합니다.
고무를 탄생시킨 결정적 한 수, 황
고대 아메리카에서 장난감 수준으로만 쓰이던 고무는,
황의 발견 덕분에 인류 생활의 필수 소재로 진화했습니다.
찰스 굿이어는 고무에 황을 첨가해 ‘가황 처리’를 하며
고무가 온도에 상관없이 탄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.
처리 전 처리 후 (황 첨가)
온도에 민감, 쉽게 흐름 | 고정된 탄력성, 실용적 사용 가능 |
고무신, 타이어, 전선 피복, 산업용 고무제품 등 황 덕분에 현실화된 도구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.
마법의 탄환, 설파 항생제
황은 생명을 구하는 약의 핵심 원소이기도 합니다.
1935년, 도마크 박사는 황을 포함한 ‘설파제’를 개발하여 최초의 항생제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.
이 약은 세균의 엽산 합성을 막아 세균만을 정확히 제거하고,
인간에게는 거의 해가 없는 획기적인 ‘마법의 탄환’으로 불리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.